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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편의제공 사건 (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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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제공 사건"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편의제공 사건 보고서
- 구속기소된 사건을 중심으로


<민주가족 36호>, 2002년 6월


1. 편의제공 조항의 문제점
"범청학련 남측본부 후원회에 운영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2001.12.부터 매월 10만원씩 총 40만원을 은행통장 계좌이체 등을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였으며, 김혜신(범청학련 사무국장, 구속) 등과 함께 거주하면서 피의자 소유 컴퓨터 및 전화를 범청학련 활동관련 문건 수·발신 등 조직활동에 사용토록 제공하고, 2002.2.9. 구정을 맞이하여 위 김혜신 등에게 용돈조로 각 3만원씩을 제공했다.1)"
이는 지난 3월 22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국정원에 체포된 임인섭(성균관대 대학원 재학중)씨의 구속영장에 나타난 구속사유 가운데 일부이다. 위 김혜신 등이 이적단체인 범청학련 남측본부에 가입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잠복, 회합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했다며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제9조2항) 2)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문제삼은 임씨의 '편의제공' 행위가 과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임씨는 범청학련 후원회원으로 일정의 후원금을 은행계좌를 이용해 전달하였고, 설날에는 김씨에게 용돈 3만원을 줬는데, 이에 대해 편의제공 혐의를 둔 것은 인륜을 무시한 과도한 법적용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검찰은 기소과정에서 위에 적시된 혐의가운데 후원금과 용돈 부분을 편의제공 혐의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국정원은 임씨가 김씨를 자신의 거주지에 입주케 하여 컴퓨터 및 전화를 사용하게 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였다고 하였지만, 김씨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김씨가 임씨의 컴퓨터나 전화를 이용하여 범청학련 활동관련 문건을 수·발신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국정원의 이러한 처사는 짜맞추기식 수사의 결과이며 국가보안법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것이라 할 것이다.
위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편의제공' 행위는 그 적용범위가 넓고 불명확하여, 법 운용당국의 편의적, 자의적 적용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전혀 없는 편의제공이라 하여도, 편의제공을 받은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편의제공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서 처벌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편의제공 행위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축소제한 하여야 할 것이고 그와같은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처벌의 대상에서 배제시켜야 할 것"이라고 결정3)했다. 이로써 법운영당국의 자의적이고 제도외적 오용 내지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검찰 등 수사기관이 편의제공죄로 의율한 사건을 살펴보고, 위 헌재가 제시한 기준에 얼마나 근접 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아울러 법 조항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과 그로인한 인권침해의 정도가 어떠한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2. 편의제공 사건 분석

1) 한총련 수배자로 오인, 체포하여 편의제공죄로 구속기소
경찰이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한총련 수배자로 오인, 체포4)한 학생을 수사과정에서 그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풀어주기는커녕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 반포(제7조5항) 및 편의제공(제9조2항) 혐의를 적용, 구속했다.
서울경찰청 장안동 분실은 2000년 6월 5일 황선동(서일대학교 건축학과 99학번) 씨를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체포당시 황씨는 농성단에 컴퓨터가 없자 명동성당 근처 PC방에서 '명동성당 농성단' 명의의 글을 전송하고 PC방을 나오던 길이었다.
황씨의 구속영장 따르면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한총련 성명' 등 이적표현물을 반포·소지"했으며 "농성 소식 등을 인터넷 상에 게시하는 등 수배자 농성자들에 대한 활동을 대행하여" 줌으로써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문제삼은 '이적표현물'은 황씨가 체포당시 소지하고 있었던 디스켓 안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으로 황씨 소유가 아니었으며, 내용 또한 단순한 농성일지로써 '이적표현물' 혐의를 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과정에서 구속당시 황씨에게 적용된 이적표현물 소지, 취득 혐의를 제외했는데, 이로써 황씨에 대한 7조 적용이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남용임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검찰은 황씨를 편의제공죄 만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이 무리하게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국가보안법을 남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황씨가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수배자들의 부탁을 받고 인터넷상의 동호회인 '찬우물'과 '민운사' 속보란에 게시한 문서의 내용은 명동성당 측이 농성자들의 천막을 강제철거 하였다는 것과 전국연합 등에서 지지방문을 하였다는 등 농성단의 하루를 일지형식으로 기록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구체적 위험성'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단순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배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인신구속과 기소를 한다면, 농성단을 지지방문하고 성금을 내는 행위 등 도움을 준 행위에 대해서도 모두 포괄적으로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농성을 지원한 어느 누구도 법망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인륜마저 무시하는 지나친 공권력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법인지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한편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2) 재일교포에게 '澎' 내장된 컴팩트 디스켓 보냈다고 잡지사 기자에게 편의제공죄 적용
국정원은 2001년 10월23일 월간「자주민보」발행인 이창기씨와 기자 2인을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자주민보를 설립한 이후 조총련 구성원인 김명철, 조총련 산하단체 '조청'의 기관지 『세세대』 편집인 김윤순, 재일 한통련 의장 곽동의씨의 글을 게재하기 위해 이들과 수차례에 걸쳐 전화통화, 전자메일을 교환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각 통신·연락했다5)"는 것이다. 또한 김명철에게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이 내장된 디스켓 1장을 송부함으로써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편의제공(제9조 2항)한 혐의를 두었으며, 월간「자주민보」등에 대해 이적표현물 제작·판매·소지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이들에게 회합통신 및 편의제공죄를 적용한 것은 위 필자들이 '조총련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민보측이 위 필자들과 '통신'하고 '편의제공'한 내용과 상관없이 즉 행위의 태양 및 동기, 목적과는 관련없이 대상자가 단지 조총련, 한통련 계열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으로 과도한 법적용6)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검찰이 이들에게 편의제공 혐의를 둔 것은 '비인도적' 처사로 보인다. 검찰은 자주민보측이 김명철로부터 원고를 기고받는 과정에서, 위 김명철이 원고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줄 의도로 '澎' 프로그램이 내장된 컴팩 디스켓 1장을 국제우편으로 김씨에게 송부한 것을 문제삼아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며 편의제공(9조2항)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자주민보측이 김씨에게 한글 프로그램을 보낸 것은 한국어로 출판되는 잡지의 특성상 한글로 된 원고를 받아보는 것이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한 방식이었을 것이므로, 오히려 '편의제공'을 받은 대상자는 자주민보 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명확하고 구체적 위험성'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민보가 김씨에게 한글 프로그램을 보낸 것이 어떻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할 구체적 위험성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의 조총련계 인사를 둔 가족들이 일본으로 선물을 보내는 모든 일에 대해 편의제공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인륜마저 무시한 지나친 공권력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2002년 2월 8일, 이 사건 1심 재판부(서울지법 형사1단독 박대준판사)는 이들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3) 검찰 '대남공작원'에게 선물한 것에 편의제공죄 적용, 법원은 무죄판결
민혁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기소된 김경환씨는 "1998년 근무중이던 『말』지 사무실로 찾아온 대남공작원 진운방(사망)을 만나 진운방에게 김영환, 조유식의 연락처를 기재한 연락처와 진운방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성인용 남녀 가죽장갑 각1개씩과 자녀들에 줄 선물로 남성용 손목시계 1개, 어린이용 털모자, 털목도리 각 1개씩을 구입, 진운방에게 건네주었다."는 이유로 편의제공죄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김씨는 진운방과 이미 친분관계가 있었고 진운방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생각해 그와 그 가족에게 선물한 것으로, 자연스런 인정에 따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와관련해 1심 재판부는(서울지법 형사제23부 부장판사 김대휘) 김씨의 편의제공죄 가운데 진운방에게 건네준 선물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위 진운방과 헤어지는 마당에 과거 친하게 지냈던 위 진운방과 그 가족에게 선물로 위와 같은 물품을 건네 준 것으로써 간첩에게 편의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편의제공한 내용과 관련없이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편의제공죄를 적용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 할 것이다.

4) 법원, 간첩 또는 간첩방조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편의제공죄'로 판결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들 가운데 검찰이 간첩(하영옥) 또는 간첩방조죄(김경환 하영옥 심재춘)로 기소한 것에 대해 법원이 예비적 공소사실인 편의제공죄를 인정하여 판결하기도 했다.
먼저 서울지법(형사23부, 재판장 김대휘)은 간첩죄를 편의제공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편의제공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직파간첩이 국내에서 군경의 검문을 피해 간첩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분위장용 가명으로 사용중인 실존인물 원진우의 실제 주소지를 행자부 주민조회전산망을 통해 입수함으로써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간첩'하였다"고 하영옥씨를 간첩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에 재판부는 "국가기밀이란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1997.7.16.선고 97도985 전원합의체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하영옥이 입수한 원진우의 주소는 원진우 개인이 대한민국이나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특별한 가치를 지닌 인물이 아닌 평범한 개인에 불과하여 그 주소지가 누설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진우의 주소를 알아내는 것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기밀을 탐지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간첩이 국내에 은신하면서 검문검색에 걸릴 경우에 대비하여 원진우로 신원을 위장하면서 그의 주소지나 가족관계를 제대로 말할 수 있도록 간첩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며 간첩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김경환이 진운방에게 하영옥의 연락처를 파악하여 만나게 해주었던 점, 하영옥이 진운방에게 원진우의 주민등본 및 초본 각 1통을 발급받은 뒤 제공한 점, 심재춘이 검문검색에 대비하여 신분위장용으로 국내에 실존하는 인물인 원진우의 주민등록증, 초본과 호적등본을 구해주고 북한으로 복귀하려는 위 공작원이 북한 잠수정과 접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점에 대해 검찰이 간첩방조로 기소한 것과 관련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편의제공을 인정, 유죄판결하였다. 재판부(서울지법 형사22부, 재판장 최병덕)는 "간첩방조죄가 간첩의 실행행위 즉 국가기밀이 탐지, 수집, 누설 그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임에 대해 편의제공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즉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 누설 그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체의 편의제공행위를 말한다"고 따라서 간첩방조죄가 성립하려면 ① 정범인 간첩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고, ② 행위자가 자신가 방조하려는 자의 행위가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는 간첩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함과 동시에 바로 그와 같은 간첩행위를 돕는다는 방조의사를 가져야 하며, ③ 간첩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11.13. 선고 98도 2578 판결)"고 밝혔다. 따라서 위의 경우처럼 신분을 가장한 행위는 간첩행위로 볼 수 없고, 이들의 행위가 간첩행위를 방조할 의사로 국가기밀의 탐지, 수집, 누설 행위를 용이하게 해주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다만 '편의제공'에 불과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5) 재일교포에게 국내 통일잡지 구독하게 해 준 것에 편의제공죄 적용
안기부(대전지부)는 1998년 10월 2일, 전 대전연합 간부 윤종세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죄(국가보안법상 간첩, 금품수수, 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위반)로 구속기소했다. 안기부는 윤씨가 1995. 5.경 민족회의 기관지 『통일샘』(95.5월호)을 우편으로 백용덕에게 발송하고, 같은해 5. 중순 서울 소재 '민족회의' 사무실을 방문, 기관지 『통일샘』1년간 정기구독료 25,200원을 지불하고 수신인을 백씨로 지정, 우송토록 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인 조총련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편의를 제공했다고 구속기소7)했다.
그러나 『통일샘』은 '민족회의'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잡지로써, 누구나 구독료만 지불하면 볼 수 있는 것으로 독자들에 대한 어떠한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없는 대중적 잡지이다. 이 잡지를 단지 구독료를 지불하여 백씨가 받아볼 수 있도록 정기구독 신청을 해주었다는 사실이 어떻게 처벌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편의제공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행위의 목적, 내용, 경중에 관련없이 무조건적으로 편의제공죄를 적용한 것으로, 과도한 법적용이라고 할 것이다.



3. 편의제공 조항의 문제점

이제까지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를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구속기소된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실제 법집행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하고 구체적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도 오히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오, 남용하는 사태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는 이 조항 자체가 갖는 본질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편의제공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편의제공죄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편의제공 대상자인 본범의 구성요건 자체가 매우 다의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편의제공죄에서는 본범을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8)"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은 '죄를 범하려는 자'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이다. '죄를 범하려는 자'는 범죄의 예비, 음모 행위에도 이르지 않는 행위를 한 자, 즉 단순히 범죄실행의 의사만 지녔을 뿐, 그 의사가 외부에 표출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 죄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죄를 "범할 수도 있다"는 다분히 자의적 판단만으로도 처벌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남용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내면의 생각이나 사상을 유추하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누구든지 생각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근대형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이 심정형법(心情刑法)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정은 자기검열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할 때, 그 대상자가 국가보안법상 제3조 내지 제8조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려는 자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하여 검열을 해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 도움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은 구성원이 서로 편의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이러한 기제는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의심하고 분열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편의제공의 개념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어떠한 행위가 그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명확하지 않아 무제한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제공죄는 대부분 제9조2항이 적용되고 있는데, 2항에서는 편의제공 행위의 유형을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제공 행위', '잠복 회합 통신 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행위',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행위를 개념짓고 있는데 특히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는 규정의 문제이다.
이는 편의제공의 방법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유상이든 무상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그 행위의 태양을 가리지 않는 것이고 행위의 동기 목적 등을 고려 외에 두는 것이며 더 나아가 편의제공 일체를 뜻하는 광범한 개념이다9).
위에서 살펴본 임인섭, 황선동 등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편의제공죄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음으로 해서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없으며, 또한 단순한 인도주의적 발로에 따른 도움마저도 국가보안법의 법망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는 인륜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법률인 것이다.
한편 편의제공죄는 국가보안법상 위 소정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 즉 본범(형법상 정범)에게 편의제공을 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종범죄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위 조항은 행위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고 내용이 아주 경미한, 예컨대 7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에 대해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어, 종범에 해당하는 이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본범에 비해 높은 형량이 메겨질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히 형법상 종범죄는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되는 것에 반해, 편의제공죄는 정범의 실행행위 그 자체와는 관련없이 다만 편의제공 상대방이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일정한 편의를 제공해 줌으로써 성립되는 것이어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 조항은 국가보안법의 여타 조항과 같이 그것이 포괄하는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여 수사기관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른 자의적인 법집행을 부추킬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급히 편의제공 조항을 폐지해야만이 그로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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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씨에게는 이외에도 이적단체인 범청학련 남측본부에 가입한 혐의와 이적표현물 취득, 소지혐의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임씨는 후원회 회원이었을 뿐, 범청학련 남측본부에 가입한 사실이 없었다. 따라서 검찰은 기소과정에서 이적단체 가입혐의를 제외하였다.

2.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제9조) ① 이 법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총포, 탄약, 화약 기타 무기를 제공한 자는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개정 91.5.31.> ② 이 법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잠복, 회합, 통신, 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개정 91.5.31> ③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④ 제1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삭제 <개정 91.5.31.>

3.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2.4.14. 90헌바23. 헌재는 이어 "명백한 위험성의 존부는 법운영자의 주관적, 자의적 심증에 맡길 문제가 아니고 구체적 사안을 놓고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4. 황씨에 따르면 체포당시 PC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나오던 중 갑자기 두 남자가 황씨를 붙잡고 "너 수배자이지?"라며 체포했다는 것이다. 황씨는 수배당한 사실이 없었는데도, 당시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던 수배자들 처럼 삭발을 하고 있어서 경찰이 수배자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장안동 대공분실 수사관들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황씨를 무리하게 구속하고 말았다. 당시 명동성당에는 진재영 등 한총련 관련 수배자 4인이 '정치수배 해제'를 요구하며 농성중이었다.

5. 그러나 검찰이 월간 「자주민보」에 대해 창간호부터 모두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 혐의를 적용했음에도, 원고청탁을 위해 필자와 전화, 전자메일 등을 통해 통신한 것에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혐의를 따로 적용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한 법적용이며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6. 이들 단체가 독재정권 시절 반국가단체로 규정되긴 했지만 국민정부 출범이후 전향적 조치로 조총련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점 등을 변화된 정세를 감안한다면 지나친 법적용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김명철씨는 이미 송학삼 사건 등에서 서술했듯이, 1985년 조총련을 탈퇴한 사실이 확인된 이상 검찰이 김씨를 여전히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고 전제한 것은 사실을 왜곡시키고 문제를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잡지들에서도 김명철, 곽동의씨와의 인터뷰 기사들을 싣기도 했는데 유독 자주민보에 대해서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은 법적용에 형평성을 잃은 처사이다.

7. 이외에도 윤씨에게는 "'재일 북한공작원' 백용덕에게 전국연합 강령과 '전국연합 제4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에서 발췌한 일부의 내용 등을 우송하는 등 간첩하고, 백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편지교류를 했으며, 일본에 건너가 회합했다"는 혐의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씨는 1989년 『한겨레신문』에 자신이 '독자투고'란에 쓴 글을 보고 재일동포 백씨가 편지를 보내와 이후 국내문제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는 등 펜팔을 하게 되었을 뿐, 간첩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윤씨가 백씨와 몇번의 편지를 통해 간첩으로 포섭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안기부 발표문에 윤씨의 주요간첩활동은 백씨에게 전국연합 강령과 '전국연합 제4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에서 발췌한 일부의 내용 등을 우송한 것을 윤씨의 주요간첩활동 사항으로 제시했는데, 이러한 행위를 간첩행위로 규정한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여 유죄판결했다.

8. 과거 반공법에서 이 조항은 '이 죄를 범한 자'로만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 1980년 국가보안법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범하려는 자'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개악되었다. 또한 과거 반공법에서는 미수범과 예비, 음모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었으나 국가보안법은 이에 대한 규정을 두었다.

9.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2.4.14. 90헌바23. 한편 대법원은 "기타의 방법에 의한 편의제공"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범인에 대하여 총포, 탄약,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제공 행위, 잠복, 회합연락을 위한 장소제공 행위를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하는 일체의 편의제공 행위를 포함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대판 1975.7.22. 74도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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