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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강좌] 제28회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 평화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민가협11-17 16:12 | HIT : 3,374
민가협 제28회 인권강좌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 평화"


때 : 2003.3
곳 : 국가인권위 배움터
강사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네트워크에서 일하는 정욱식 입니다. 평화네트워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평화에 있다는 기본정신 하에 한반도를 비롯한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입니다.
세계적인 반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라크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다음 공격 대상이 북한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이후에 약 10년 동안 5세 미만의 유아들을 포함해서 어린이들만 200∼300만 명 정도 죽었습니다. 전쟁 못지않은 참혹하고 비참한 상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에도 미국에 의한 경제 제재와 사실상의 경제 붕괴, 그리고 홍수·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약 200만 안팎의 주민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라크와 북한의 어려운 상황은 미국에 의한 경제제재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라크의 현실이 결코 남의 일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전쟁
이라크에 대한 TV를 보면 한참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연필이 아닌 총을 들고 거리에 나가있지 않습니까. 이라크 아이들에겐 들고 있을 연필이 없습니다. 연필의 가장 핵심적인 재료는 흑연인데요, 흑연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경제제재에 의해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한참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연필이 아닌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오늘날 이라크의 비극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물 아닙니까.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깨끗한 물한방울도 쉽게 공급되지 못합니다. 걸프전 이후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되었고 이를 복구하려면 외국으로부터 물품이 들어와야 하는데, 상당수 물품이 경제제재 제한품목에 걸려 있기 때문이지요. 치료약품 또한 부족한데, 상당수 약품들이 생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되어 왔습니다. 결국 이라크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깨끗한 물과 치료약품 없이 상당수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집에서 조용히 죽어간 것입니다. 실제로 전쟁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라크의 비극적인 현실도 모자라 결국 미국은 또 다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가장 잔인한 처사입니다. 분명한 명분에 의한 전쟁이라 해도, 전쟁이 일으키는 각종 폐해들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많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말하는 전쟁명분을 통해 과연 이 전쟁이 가지는 본질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쟁명분, 대량살상무기
이라크는 80년대 이란을 침공하고, 80년대 후반에는 자국민인 쿠르드족을 화학무기로 약 5000명을 학살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후세인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겠지요. 미국은 이러한 이라크 정부의 도덕성을 전쟁명분의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세인이 80년대에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미국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이란이 중동의 강력한 국가로 부상할 조짐이 보이자 미국은 후세인을 이용해 이란을 견제했던 것이지요. 또한 미국정부와 의회에서 확인된 내용에 의하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학살 때 무기를 제공한 것도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또한 미 국방부 장관 럼스펠트는 이미 83년에 후세인을 만나서 무기 지원계획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후세인 정권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미국이 전쟁의 정당성을 얻고자 한다면 명백히 테러지원국은 미국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 정부의 도덕성 문제와 함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규정하는 대량살상무기의 기준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은 핵무기·생화학무기를 포함해서 이런 무기들을 운반하는 탄도미사일까지도 대량살상무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무기가 대량살상무기인 것은 이미 1945년에 있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투하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그 밖의 생화학무기나 탄도미사일등을 대량살상무기라고 규정하기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문제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생화학무기 개발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화학무기가 사용된 예는 95년 일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서 살인가스를 살포한 것입니다. 옴진리교는 최소 3000명에서 4000명 이상을 살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실제로는 12명의 사망자가 나왔지요. 또한 옴진리교 테러리스트들이 살인가스를 살포하기 전에, 대량살상무기의 대표적인 생물무기라고 분류되고 있는 탄저균을 도쿄 고층빌딩에서 살포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죽는 것은 고사하고 일본 경찰들이 탄저균을 살포한 사실도 모를 만큼 미비한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그 무기들을 정당화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했던 6.5톤의 데이지커터라고 하는 무기는 재래식 폭탄이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라고 볼 수 없고, 그런 부분에서 쓰이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듯 자의적인 잣대에 의해서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나눠놓고, 재래식 무기를 쓰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어찌됐던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전쟁을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91년도 걸프전 이후로 90%이상 제거되었다는 것이 유엔의 결론이었지요. '미국의 시녀'라고 여겨졌던 유엔조차도 후세인 정권이 유엔의 무기사찰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시한을 연장해서 사찰활동을 벌이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후세인이 앞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서 미국과 국제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고 야만스러운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본질 - 석유, 군수산업체 그리고 부시
이라크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곳입니다. 더군다나 이라크는 다른 곳과는 달리 땅을 조금만 파면 양질의 석유를 뽑아내기 쉬운 곳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중동에 있는 석유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또한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되는 것이 군수산업체입니다. 토마호크 미사일 같은 경우에는 한 개당 1백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억 20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전쟁에서 적어도 1000∼2000개정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하는 무기 중의 하나 만으로도 레이시온 이라는 군수산업체는 약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 5천에서 2조 가까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과 파병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100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하는 전쟁에 비해 석유의 이권이 얼마나 되겠느냐, 이것은 석유의 이권을 위해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손해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부시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되는 군수산업체로서는 전혀 손해 볼 전쟁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부시행정부 입장에서도 손해나는 장사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지요. 2000년 미국 대선을 돌아보면 군수산업체가 정치자금으로 후원해 준 비율이 부시가 고어보다 약 3배정도 더 많았습니다. 이렇듯 군수산업체와 미국 부시행정부 그리고 미 공화당의 강력한 유착관계가 존재합니다. 즉, 이러한 관계들의 강력한 커넥션들을 이용해서 전쟁을 합리화하고 부추기며 새로운 무기들을 찍어내는 논리들을 개발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주의와 북핵문제
요즘 미 행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악의 축 발언을 할 때, 전쟁의 순서(이라크 - 북한 - 이란)를 정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은 아무런 명분 없이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는데, 그 본질은 이라크 점령에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지금 이란에 IAEA사찰단이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IAEA사찰단이 긍정하지 않는 근거 없는 사실을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미행정부의 상식을 벗어난 발언은 "악의 축"이라고 몰아세운 세 나라를 없애려고 작정한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미국의 오만함·무식함·일방주의에 북한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을 거란 판단이 듭니다. 제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결코 핵무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했을 때의 득과 실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는 것입니다. 북한의 주권을 보장하고 미국의 침공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그리고 '테러지원국'이라고 분류하여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을 풀어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요. 체제 보장을 해 준다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북한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엔의 사찰단을 추방시키고, 핵 확산 금지조약 NPT를 탈퇴하고, 핵 시설을 재가동 시키는 움직임을 보이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미국은 한반도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가 이런 판단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라크 정부가 전적으로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협조하고 스스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던, 하지 않던 간에 점령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협상의 대상이었던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북한으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따라서 북한의 핵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굉장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과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전쟁지원과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 거래된 냥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분의 문제를 떠나서 절대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라크 전쟁을 지원한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재작년 9·11테러 이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가 통화한 것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역시 지금과 똑같은 내용으로 통화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며 그에 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정권이 기대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북한 역시 9·11테러에 대한 유감성명도 발표하고 여러 가지 반테러국제단체에도 가입하면서 테러지원국이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 노력 했습니다. 그럼에도 부시의 그 유명한 악의 축 발언이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한 국가로 지목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그런 부분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제로 지금 미국이 이야기하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따지자면 전쟁의 대상은 이라크보다 북한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엔 실제로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핵개발 의혹이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라크 전쟁과 같은 명분과 논리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할 때, 과연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에서는 어떠한 명분과 논리로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한반도 평화를 호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는가 하는 그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논리를 앞세워 파병을 추진하였습니다. 친구사이라는 것이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동맹국가라고 해서, 친구라고 해서 아무 명분 없이 사람을 죽이려는데 도와주는 것이 과연 친구로서 의리이고, 인간으로서의 예의인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침략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된 헌법을 위반하면서 파병을 추진한 노무현 정권이나, 파병안에 동의한 169명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라크 문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NGO들은 상당히 많지만, 북한문제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평화운동의 기치인 반전과 반핵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원칙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 면에서 북한은 표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하기 때문에 북한이 반핵이라는 평화운동의 원칙을 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 폭격 조짐이 보이거나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한 시점에서 전 세계가 보여주었던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폭발적인 반전운동은 일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듭니다. 결국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평화네트워크가 가장 심혈을 기울어 준비하는 것이 영문 홈페이지를 만들고, 해외 영문 뉴스페이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보다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나라의 주권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몇 명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우선 국회 파병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기어코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국회 파병동의안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잊지 않고 우리가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렇듯 정말 이 나라의 주권이 우리 국민들에게 있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이라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고,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마련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 일수록 인내를 가지고 더욱 힘을 내서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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