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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강좌] 제17회 여성과 인권 / 이숙경(서울시립대 여성학 강사)
민가협11-17 15:16 | HIT : 2,964
민가협 제17회 인권강좌

"여성과 인권"


때 : 2001.10.29                                
곳 :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세미나실
강사 : 이숙경(서울시립대 여성학 강사)



"4년 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수배중인 000의 어머니입니다."
강의는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아무개 어머니'라는 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는데 강사는 자기를 소개하는 법부터 달리할 것을 주문했다. 누구의 어머니가 아닌 바로 나의 이름 석자로 당당히 말하자고. 그러니 바로 어머니들의 '이쁜' 이름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임기란, 방영숙, 권성희, 박미준, 박영옥...
이숙경씨의 강좌는 일방통행식 강의가 아닌 대화형이었다. 강사는 어머니들에게 말을 걸었다. 영화 보러 다니세요? 춤추는 거 좋아하세요? 자기 명의의 통장이 있나요?... 한 어머니, 요즘 에어로빅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답하셨지만 단 여기엔 다음의 엄격한 전제가 있었다. 남편 밥 차려주고, 집안일 다 하고 그런 뒤 하는 거라고. 남편과 자식이 늘 먼저였던 우리 어머니들, 혹시라도 그 역할 소홀히 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은 거다. 늘 가족을 기준으로 살았는데 어디 우리 어머니들 자기 위해 투자 한 번 해보았을까.
"하루 가사노동이 돈으로 치면 얼마인줄 아세요? 노동부에서 산정한 것만도 120만원이예요. 하지만 제가 계산해보면 그보다 훨씬 많아요. 요즘은 아이 봐주는 거(시간당 3천원), 끼니도 (3천원)도 한 달이면 100만원(4인 기준)이나 되요. 여기에 집안일 해주는 파출부(일당 4만원) 비용까지 합치면 이것만으로도 한달이면 300만원이 넘어요. 연봉 4천만원짜리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거라구요."
보이지 않는 서비스 비용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걸은 하루종일 "자, 올라갑니다"라는 말과 버튼 하나 누르는데도 월급을 받는다. 그렇게 치자면 어머니들이 집에서 제공하는 웃음과 말, 즉 감정노동은 또 얼마겠는가. 그런 노동을 공짜로 해주는데도 고작 에어로빅 하나에도 미안해 한다.
"저는 간혹 퇴근길에 아파트 불빛을 봐요. 저 안의 여자들 모두 비슷하게 살텐데 왜 변하지 않을까. 왜 파업 한 번 해보지 못할까? 주부들이 개별화되어서 그래요. 여기에 가사노동의 특수성이 있는데 가족은 노사관계가 아닌 애정관계로 묶여 있다보니 분명한 '적'이 없거든요."
그물 같은 억압구조를 갖는 가족관계가 어머니, 주부들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그렇게 자기 가족에 매몰된채 고작 여자들이 갖는 행복이란 옆집에서 지펠 냉장고를 사면 나도 당장 사야하는 그런 식의 소비, 쇼핑이 행복지수가 되어 버렸다.
"저는 어머니 노래를 들으면 무섭단 생각이 들어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고 그걸 은혜라며 가엽다 노래하는데... 근데 보세요. 최근에 모성보호법 무기한 연기되었잖아요. 그런 것 하나 해결해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희생만 하라니요. 어머님의 은혜를 노래는 하지만 어디 한번 남편이, 자식이 생일날 손수 미역국이나 끓여주나요? 일요일도 없고, 월급도 없고, 퇴근도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여자들 아닐까요? 텔레비전 보다 말고 국수 말아야 하고 자다 말고 술상 차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나 하나만 참으면 되는데...'하는 어머니들의 내면화된 희생심리가 가사노동을 해결하지 못하는 더 큰 골일 지도 모른다.
"어머님들, 다들 김치 담그시죠? 그 경력이 얼마예요. 보통 30, 40년은 되셨을텐데. 한 가지 일을 10년을 해도 사회에선 전문가라고 대접해 줘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인터넷도 두려워 마세요. 정말 별거 아니예요. 전화 처음 나왔을 때 그런 기분으로 다루시면 돼요. 하루에 30분씩 한 달만 일단 해보세요."
강의 막바지에 이르러 '실천지침'들이 나왔다. 한 마디로 '이기적'이 되자는 강사의 주문이었다. 우리 어머니들 너무 이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부러 맛있는 음식도 찾아 사 먹고 등산이든, 에어로빅이든 자신만의 재미를 위해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지침은 '야식장사' 투쟁이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집에서 야식메뉴를 짜서 식탁 위에 두고 8시 이후엔 재떨이 5백원, 물 5백원, 신라면 2천원, 과일 1만원 등을 줘야 해주겠다고 가족들에게 선포했대요. 그러니까 돈이 아까워서라도 남편과 아이들이 쉽게 이거 해달라, 저거 가져와라 하지 못했다 하더군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들 "아주 좋은 방법이네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리고 자신의 며느리와 딸에게 한번 해보라고 전하겠다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자신들의 작은 실천이 다음 세대의 딸과 며느리들의 삶을 좀더 밝게 해주는 것임을 과연 민가협 어머니들은 금새 알아차린 듯 했다. 그리고 숙제 한 가지를 얻었다.
"나는 과연 내 이름 석자를 걸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강의실 나가면서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머니들은 저마다 이숙경씨가 나눠준 '아줌마 내공 테스트'라는 인쇄물을 손에 쥐고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58가지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체크해가며 여성으로서 얼마나 삶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반성과 기쁨의 시간을 남겨둔 셈이다.

사족: 어머님, 요즘은 폐경을 '완경'이라 부른답니다. 월경을 하지 않는 것은 여자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여자로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의학적으로도 나이에 따라 성욕이 늙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 성 생활도 즐기세요. 얼마나 좋아요. 임신 걱정, 피임 걱정 하지 않아도 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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